막달 사산이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철렁한다. 아직도 22년 11월 27일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나는 뚜부의 흔적을 어디엔가는 꼭 남기고 싶었다.
지금은 시간이 흘러 오늘 기준 벌써 4달하고도 반이 지났다. 그리고 얼마 전 4월 8일에는 뚜부 동생의 존재를 확인했다. 이번엔 꼭 만출하기를 바라면서, 매일매일 기록을 아끼지 않을 것이고 그리고 뚜부의 이야기를 이제서야 비로소 꺼내볼 수 있겠다 싶어서 작성해본다.
일기의 형태로 써내려간 것이기 때문에 다소 두서가 없다. 시간흐름대로 그냥 읽어주셨으면 좋겠다.
11월 25일, 마지막 검진
금요일에 어머님 아버님이랑 병원에 왔다가, 오늘 수술 당장 해야한다는 소리들었지만 마음의 준비도 안되었고 게다가 오빠와 난 빌어먹을 코로나에서 벗어난지 얼마안된 환자들이었다. 태동검사 그래프는 괜찮고 단백뇨는 없으니 일단 주말보내고 그럼 월요일엔 낳자라는 말 듣고 나 많이 안도했었다. 드디어! 그리고 월요일 오전 제왕절개 수술이 잡혔다.
30주부터 하도 아기가 작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까 선생님한테. 태반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마지막 검진까지 들었었으니까. 낳아서 키우자고, 그래 정말 낳아서 잘 키워보려고 같은 아파트 엄마들과 하하호호, 뚜부친구들 보면서 모유수유를 다짐했던 금요일이었다. 모임 중 내가 마지막이여서 다 아가들을 안고, 유모차끌고 집근처 카페에 갔었는데 아가들이 너무 예뻤다. 우리딸은 얼마나 예쁠지 즐거운 상상을 했다.
금요일 저녁엔 오빠랑 배달떡볶이를 (이제 모유수유하면 자극적인거 못먹을거라고) 토요일엔 친구랑 집에서 스시와 자극적인 국물! 점심을 먹고, 내가 먹고싶었던 초코케익을 나눠먹으며 반가운 시간 보냈었는데. 그날따라 얌전한 네가 더 얌전하길래 평소와는 좀 다르다 싶었지.
11월 26일, 출산예정일 2일 전
작년처럼 올해도 해운대 빛축제를 보면서 남편과 우리이제 둘이서 보내는 오붓한 시간도 그리울거라며, 즐기자며 그랬었는데. 달이 너무 예뻐서 사진도 찍고 “우리 뚜부 건강하게 해주세요” 하고 소원도 빌었었는데. 개기월식때도 우리 세 가족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달님은 참 야속도 하시지.
그렇게 수술 하루 전, 저녁 12시쯤 달달한 초코케익 한 입 먹고 누우면 우리뚜부의 움직임을 잘 느낄 수 있을까 싶어서 침대에 누웠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잠에 못 들겠더라.
11월 26일, 출산예정일 하루 전
1시까지 뒤척이다, 병원에 전화를 하고 태동을 느끼기 위해서는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보라고 했다. 때마침의 자궁수축을 조금의 태동처럼 느꼈던 난 잠들었고, 새벽 4시, 5시에 깨고나서 자는 오빠를 깨워 불안한 내 상태를 얘기했다. 당장 병원으로 가볼까? 하는말에 일요일 오전 6시 병원도착.
“저 월요일 수술인데, 태동검사하러왔어요. 불안하고 제가 많이 긴장했나봐요” 라는 내 말에 3층으로 가서 기계를 배에 댔다. 푸숙 푸숙 해야하는데 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거지.. 남편, 올라오라고 했다. 당직중인 다른 의사가 오셨고 우선 초음파를 보았다.
이상함을 직감했다. 아기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했다. 안믿기고 너무 놀래서 아니 이게 무슨일이지? 오빠 이게 무슨일이지? 이게 무슨 일이야? 만 계속 울면서 외쳤던거같다.
담당 선생님이 헐레벌떡 오셔서 다시 초음파를 봤다. 원인불명의 심정지가 맞다. 코로나의 영향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고 수술 전 아가 혈액을 체취해서 사인을 밝힐 검사들을 받아볼건지를 물어봤다. 난 차라리 모르는게 낫다고 생각해서 부검도 어떤 검사도 받지 않기로 했다.
원인을 알려고 하면 부산대학교 병원으로 가야하고 일요일이라 선생님이 안계셔서 하루꼬박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아니 당장 우리 뚜부의 심장이 뛰지 않는데, 원인을 알아내자고 오랜시간을 기다리는것보다 당장 좁디좁은 내 뱃속에서 편히 꺼내주어야겠다고 오빠랑 상의를 끝냈다. 수면마취로 요청드렸고 그렇게 수술은 진행되었다. 우리 심장이 멈춘 뚜부를 꺼내는 수술.
선생님이 태어났어도 예후가 좋지 않을 아기였을거라 했다. 성장지연이었고, 너무 작았다고. 항상 검진 때 듣던 말. 세상에 나온 뚜부는 신장이 작아 어쨌든 낳았어도 예후가 안좋았을거라고 어렴풋이 오빠통해 얘기들었다.
그리고 오빠는 우리 뚜부의 모습을 보았지, 너무 예뻤다고 했다. 나는 차마 볼 수 없었다.
춥지않고 답답하지 않게 넓은 바다와 별과 달이 있는 곳에서 훨훨 날아..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별이될거야 넌. 350일 동안 엄마아빠에게 기대와 희망과 행복을 줘서 너무나 고마워.
지금 난 제왕수술을 끝내고 누워있다. 출산.. 캐리어에 싸둔 짐들을 들고 산후조리원에 갈 용기가 없다. 그래서 가지 않겠다고 했다. 오늘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우리오빠 너무 고맙고, 너무 사랑하고, 내 사랑하는 가족들 여러 사람들이 생각이 난다. 오빠랑 손잡고 바라보고 울기도 미소짓기도 위로하고 이야기 나누고 우리 서로에게 의지하고 있는 중.
애써 긍정적인 생각들로 우리를 다독이며 또 위로를 해본다. 그간 5년간의 우리의 희노애락들을 되새기며 잘 헤쳐왔든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고도 생각해본다. 지금 내 옆을 지키는 안수환이 내 남편이라서 너무 고맙고 든든하고 멋지고 사랑해! 뚜부야 너희아빠 마음이 엄청 멋진 사람이니까 너 별나라에서 자랑 엄청해도 된다!
제왕날짜가 11월 28일로 정해지고나서, 3월, 4월, 11월의 28일은 우리가족 기념일이 다 모여있다며, 길한 숫자인 것 같다고 평생 내돈으로 안사던 3 4 11 28 넣어서 로또 찍어본 나인데. 음. 11월 28일이 우리 뚜부 생일이였다면.. 더 좋았을텐데 너무 아쉽다.